[칸@옥자] 섬뜩하고 사랑스러운 봉준호표 채식주의버스터[리뷰]

기사입력 2017-05-20 09:36:20



[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옥자', 웃기고, 울리고, 섬뜩하다.



'옥자'는 돌연변이 교배로 탄생한 슈퍼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다. 슈퍼돼지 옥자는 자본주의 논리로 보면 적게 먹고, 적게 싸고, 버릴 부위 하나 없는 최고의 식량이다. 하지만 미자에겐 둘도 없는 식구다. 



엄마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미자, 엄마 없이 돌연변이 교배에 의해 태어난 옥자는 산골 곳곳을 뛰어놀며 교감한다. 발에 박힌 밤송이를 빼달라며 애교부리고, 미자를 등 뒤에서 꼭 껴안으며 잠드는 옥자. 돼지와 하마를 합친 비주얼이 강아지의 눈빛을 한 옥자는 존재만으로도 영화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 넘치는 사랑스러움에 객석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온다.



영화 초반 드넓은 한국의 자연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세븐', '미드나잇 인 파리' 등의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의 힘이 느껴진다. 아름답고, 빼어나다. 이 대목에 있어선 '옥자'의 극장 관람을 강하게 추천하는 바. 작곡가 정재일의 음악은 이 아름다운 영상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동시에 영화의 다국적 매력을 배가한다.



영화는 옥자가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에 의해 뉴욕으로 납치되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반려동물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흡사 봉준호 감독의 전작 '플란다스의 개'가 떠오르고, 평범한 가족에게 거대한 갈등이 들이닥친 것은 '괴물'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밥상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식사하는 장면은 변희봉 덕분인지 '괴물'을 향한 셀프 오마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자가 옥자를 구하기 위한 사투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다. 을지로 지하상가, 한강 등 서울의 지역적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추격신에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거대한 옥자가 벌이는 사투가 그 자체로 묘한 다국적 정서를 풍긴다. 강원도 산골에서 깡소주를 마시는 제이크 질렌할의 모습을 언제 또 보겠나.



언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블랙코미디와 봉준호식의 은근한 유머도 곳곳에 녹아들었다.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가 극 중 윤제문의 최신형 노트북을 보며 "이거 레티나 디스플레이 아니에요?"라고 한다거나, 환경 보호를 위해 극단적으로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동물 보호 그룹의 모습도 웃음을 안긴다. 



'아이 엠 러브', '케빈을 위하여', '설국열차' 등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틸다 스윈튼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작품을 장악한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서늘한 사이코패스 면모까지 보여준다. 제이크 질렌할의 변신은 이 영화 최대의 반전이다. 시쳇말로 '돌아이' 같은 모습으로 영화 전반에 광기 어린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풀어낸다. CG와 연기했을 주연 안서현의 집중력과 스티븐 연, 폴 다노, 윤제문, 최우식 등 조연들 역시 분량을 넘어 각자의 위치에서 정확한 연기를 해냈다.



다만 영화의 배경이 뉴욕으로 옮겨가며 다소 중심을 잃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미자와 옥자의 교감에서 인정욕구와 자격지심에 휩싸인 루시 미란도와 죠니 윌콕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며 관객의 집중력도 잠시 흔들린다. 



하지만 엔딩은 강렬하고도 기괴하고, 동시에 가슴 시리다. 아마도 '옥자'를 본 이 중 상당수는 채식주의자가 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겠다. 동물을 식구로 볼 것이냐, 식량으로 볼 것이냐. 대량 식품 산업, 유전자 조작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산골 소녀 미자가 자본주의라는 괴물, 마케팅의 노예, 동물 학대에 맞서 돌진하는 이야기 속에 봉준호만의 풍자와 해학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옥자'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살인의 추억', '마더', '괴물',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다. 6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같은 날 극장 개봉한다. 관람 등급은 미정이다. 크레딧이 끝난 후 짧은 쿠키 영상이 있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옥자' 포스터 및 스틸




김수정기자 swandiv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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