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착한 남자 박해진

기사입력 2017-06-05 08:52:06




지금까지 나온 드라마, 영화에 국정원 요원 캐릭터는 차고 넘쳤지만 JTBC ‘맨투맨’의 훤칠하고 매력적인 국정원 고스트 요원 김설우는 유독 비현실적으로 완벽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김설우로 완벽 빙의했던 박해진을 지난 1일 오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직접 만나 드라마를 마무리한 소감과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박해진과 김설우는 얼굴 외에 무엇을 공유한 사이였을까?





Q. 촬영 전 설우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어떻게 했나?


“제작진과 얘기를 하다 보니 설우라는 인물은 개인적인 서사나 전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모님 밑에 태어나고, 어떻게 만들어지고를 굳이 설명해야할까 싶었던 거죠. 그냥 김설우라는 인물이 하늘에서 ‘뿅’ 떨어진 것만 같은, ‘어디서 이런 사람이 나타났지?’ 같은 생각이 드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김설우와 박해진은 얼마나 닮았나?


“많이 닮았어요. 여태껏 연기한 인물은 캐릭터에 박해진의 색을 입혔다면 이번엔 박해진의 김설우를 연기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모습이 굉장히 많이 드러난 캐릭터에요. 여자를 대할 때나 이런 거 말고는,(웃음) 많이 닮아있는 거 같아요.”





Q. 브로맨스와 로맨스 중 더 자신 있는 장르는?


“브로맨스요!(웃음) 브로맨스에 강하다기보다는 로맨스에 약해요. 제가 간지러운 걸 잘 못해요. 선호하지도 않고요.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엔 로맨틱해보일 수 있는데 제가 잘하진 못하는 거 같아요. 자신 없는 장르 물어보시면 항상 멜로라고 대답하거든요.”



Q. 그럼 어떤 장르에 자신이 있는지?


“코미디요. (왜 안하세요?) 들어와야 하죠. 제가 뜬금없이 할 순 없잖아요. 억지로 웃기는 것 보다는 블랙 코미디나 주성치처럼 반복적인 유머 코드 사용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Q. 여자를 대하는 부분은 어떻게 다르기에?


“김설우는 너무 치명적이잖아요.(폭소) 눈빛 한 번에 상대방이 반하고, 이런 식으로 치명적으로 보이는 상황이 존재하니까요. 저는 실제로 그렇진 않아요. 수다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Q. 댓글 반응을 많이 확인하는 편인지


“네 봐요. 특히 작품에 대해 심도 깊게 보시고 냉정하게 평가해주시는 글들이요. 예를 들면 제가 간지러워서 얼굴을 긁으면 여기에도 의미를 부여하시는 거죠. ‘저기를 만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는 식이요.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연기하면 안 되겠구나’ 했어요.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의미가 생길수도 있는 거잖아요. 어쩔 땐 제가 그런 글 따라서 연기를 할 때도 있고요. 앞으로 신중하게 연기하겠습니다.(웃음)”





Q. 영화 ‘치인트’, 비주얼은 완벽한데 배우들 나이대가 높아서 ‘조교 인 더 트랩’이란 말도 있다


“조교 인 더 트랩만 해도 다행이죠. 직장 인 더 트랩, 오피스 인 더 트랩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쩌겠어요. 나이는 이미 먹었고요. 감독님께 ‘보정 잘 해주세요’ 말씀드렸는데, ‘영화는 그냥 연기적으로 보면 괜찮은 거 같은데요?’ 하시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보정 잘 해주세요’ 했어요.(폭소) 하얗게 코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 또래 대학생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좀 더 영해보일 수 있게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Q. 같은 작품 두 번 찍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마지막 남은 숙제 같아요. 드라마에서 길게 보여드리지 못한 밝고 싱그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드라마에서는 이상한 선배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영화에서는 친구들에게는 훈남 선배, 설이에게는 이상할 수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죠. 스릴러 장르가 가미가 될 것 같고요. 좀 더 긴장감 도는 캠퍼스물이 될 것 같아요.”






Q. 가상 캐스팅에서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치인트’는 박해진에게 어떤 의미?


“도대체 저랑 무슨 인연이기에 이렇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광입니다.(웃음) 저도 개인적으로 팬인 캐릭터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요.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걸 마지막으로 즐기고, 팬 분들에게도 선물이라는 느낌으로 영화 촬영 하고 있어요. 관객 분들도 재밌게 관람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친한 친구들이 결혼을 했다고 하니 말인데,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친구들) 보면 생각 안 들어요. 안 보면 드는데. (폭소) 사실 항상 들어요. 나도 이제 갈 때가 됐는데 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만 연예인이라 항상 관리 받아야 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어느 순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길게 갖고 싶어요. 자유롭게 연애도 하고요. 그 다음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Q. 박해진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의미인가


“멘탈이 건강한 사람이요. 요즘 세상에는 쉽지 않더라고요. 무조건 밝은 것도 원하지 않아요. 업 다운이 심할 수도 있고요.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보면 그런 분들은 기운이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해요.”





Q. 박해진은 어떤 남자친구인가?


“상대방에 따라서 상대적인 것 같아요. 가장 오래했던 연애를 돌이켜보면, 여자가 봤을 땐 매력 없을 수도 있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뭔가 빈틈 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데 하나하나 다 챙겨주는 남자친구였던 거 같아요. 설렘이 없었던 거죠. 그렇다는 얘길 들었어요. 재미없는 착한 남자.”




Q. 얼굴을 보기만 해도 재미있었을 텐데 의문이다


“(폭소) 같이 있어서 마냥 좋을만한 시기는 지났을 때니까요. 한두 달 만난 건 아닐 테니 그런 시기가 지나면 뭔가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저는 무조건 잘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Q. 세월호 팔찌를 오래 착용했다


“제가 그 사건이 나고 나서 개인적으로 3년 상을 치르자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대해 기부도 했지만 제가 더 특별히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했던 거 같아요. 3년이 지나니까 ‘이걸 내가 정말 빼도 될까’ 생각이 들었어요. 날짜가 딱 돼서 ‘3년 됐으니 오늘 빼야지’ 이런 건 좀 아니었고 얼마 전에 팽목항에 갔다 와서는 뺄 수 있겠더라고요. 날씨가 얄궂게 맑았고, 얼마 뒤에 인양도 했고요.”





Q. 알려진 사람이라 의사 표현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저희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데 제가 제 팔목에 팔찌 하나 찰 자유조차 없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그 사람들의 잘못이고 제가 차고 싶어서 찬 거기 때문에 소신껏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Q. 박해진으로 사는 기분은 어떤가?


“저도 모 선배님처럼 매일같이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던지 그런 건 없어요.(웃음) 일하고 뭐 똑같겠죠. 어쩔 땐 좋을 때도 있죠. 아주 가끔 잘 나온 사진을 봤을 때? 사실 요즘은 거울 볼 때마다 스트레스에요.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가는 거지만 ‘예전엔 좀 더 괜찮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느 순간 얼굴을 보면서 ‘어 이거 주름 없었는데 이게 뭐야’ 하게 되는 거예요. 저도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그런 고민을 하고 똑같은 밥 먹고 살아요.”





사진 = 마운틴 무브먼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맨투맨' 스틸컷 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


By. 강효진 기자





강효진기자 bestest@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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