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하대리, 하짱 그리고 배우 전석호 ①

기사입력 2014-12-11 19:00:00

  온라인 연재 시 새로운 회차가 업데이트되면 한국 곳곳 사무실에 마우스 스크롤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는 웹툰 미생.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처절한 대사로 대표할 수 있는 이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리얼리티 작품 '미생'은 현재 직장을 다니는 사람, 전에 직장을 다녔던 사람 그리고 앞으로 직장을 다녀야 할 사람 모두를 하나의 유대감으로 엮은 작품이다. 당연히 연재가 진행될 때부터 대중들은 미생의 영상화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 결과 tvN에서 '미생'을 드라마로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엄청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기대감에 걸맞게 '미생'은 꼼꼼한 직장 현장 묘사, 배우들의 괴물 같은 연기력, 지나가는 캐릭터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은 세밀함 등 어느 한 곳도 구멍이 없는 드라마로 탄생되었다.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생은 2014년 하반기를 관통하는 트렌드가 되었고,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배우는 주·조연 할 것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 등극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원2팀 '하대리' 하성준 역의 배우 전석호다. 하대리는 사회 초년병 시절 여자 상사에게 크게 데인 후 직장 내 여성의 실력을 믿지 않는 캐릭터다. 그런 하대리 밑에 하필이면 여성 신입사원 안영이가 들어갔고, 하대리는 대놓고 안영이를 무시한다. 일도 주지 않고, 말도 험하게 한다. 게다가 안영이가 일명 '트럭 사건'을 일으켰을 때는 듣기만 해도 멘붕이 올 법한 각종 욕을 래퍼처럼 발산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사 만날까봐 두려울 정도다.

 

  하지만, 자신의 무시와 팀원들의 냉대에도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안영이의 모습을 본 하대리는 어느새 조금씩 후배로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인터넷 용어로 '츤데레'라고 하는, 일명 틱틱대지만 사실은 호의에서 나오는 행동이 되면서 어느새 하대리는 '하짱'이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대리 역을 맡은 배우 전석호에게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 역할을 잘 소화해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하대리는 하짱이 아닌 하대리XX가 되었을 것이라며. (물론 그 인기에는 너무나 자유로운 그의 과거 짤방들이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터뷰 당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속어는 그대로 살렸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프로필>

본  명 : 전석호 

생년월일 : 1984년 5월 2일

데  뷔 : 2010년 연극 '인디아 블로그'

 

- 드라마

 

2014년 : 미생(tvM)


- 영  화

 

2003년 : 싱글즈
2011년 : 헬프미

2013년 : 조난자들

 

- 연  극

 

2010년 : 인디아 블로그
2013년 : 터키 블루스, 불령선인
2014년 : 인사이드 히말라야

 

그외 다수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오늘도 패딩 입고 오셨군요.


 하하하.



- 일단 미생 갤러리(이하 미생갤)를 보면서 시작하죠. 여기서 놀고 있습니다.


 아~.



- 하짱이라고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아, 부끄럽네요. (웃음)



- 미생갤에서 하짱 인기 많은 거 혹시 아세요?


 이야기만 들었어요.



- 미생갤은 들어온 적 없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 제가 컴퓨터를 안 해서요. 스마트폰도 전화받고 문자 하고 그런 거 아니면 안 해요. 화면 보고 있으면 어지러워서요. 제가 좀 구식이에요.



- 미생 PD님은 미생갤 아실 텐데.


 얘기는 들었어요. 또 친구들도 캡처해서 보내줘요.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죠. 이렇게 컴퓨터로 보는 건 처음이에요. (갑자기 크게 웃는다)



- 아, 뭘 보셨기에. (웃음)


 아니, 그냥 이게 웃기네요. 하짱. 으하하하. 말로만 듣던 하짱.



- 사실 갤러 분들이 인터뷰할 때 정장 입고 오라고 말하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디시 이용자 '타미힐피거')


 으하하하. 제가 실망시킨 건 아니죠?

 

 

- 아니에요.


 너무 깔끔하게 입고 왔나? 하하하. 오늘은 깔끔하게 입고 면도도 했는데.



- 뉴시스 인터뷰 사진이 좀 유명해서. (갤러리에 올라온 패러디 기사를 본다) <관련 게시물 - 하짱 새 인터뷰 사진 모음>


 으하하하하. 커피 한 잔 마시고 시작하면 안 되나요. (웃음) 아, 이거 제가 맞네요. 맞아.



- 이렇게 갤러들이 전석호 씨 사진 이용해 패러디 기사 쓰는 거 아세요? (디시 이용자 '하짱', 'ㅇㅇ')


 네. 봤어요. 진짜 웃겼던 것 중 하나가 있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뭐였지? 피랍이었나? 빡빡머리? 티셔츠 입고 있는 거요. 하여튼 납치됐다고 그러면서 주변에서 보여줬는데 그건 진짜 웃기더라고요. 



- 아, 찾아볼게요. 이건가 보다. <관련 게시물 - [속보]북한, 억류 미국인 '대리얼 하' 전격 석방>


 아아아. 맞아요. 그래 이거. 하하하. 이거 언제지?



- '조난자들' 때 아니에요?


 맞네요. 조난자들 할 때네요.



- 이렇게 미생갤에서 인기가 많아요.


 그러네요. (웃음)



- 이게 다 과거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렇습니다.


 우와, 진짜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시지?



- 왜 하짱 인기가 많나요? (디시 이용자 '강대리덕후')


 좀 만만한가? 하하하. 건덕지들이 많으니까요.



- 이 기사를 쓰는 분이 계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분을 보면 한 대 때리실 건가요? (웃음) (디시 이용자 'ㅇㅇ', '14.48') <관련 게시물 - 하짱 기사 모음>


 아이~ 저는 재밌어요. 웃자고 보는 게 아닌, 인터뷰 때 이런 걸 보니까 참 재밌네요.



- 하짱 별명도 이 갤러 글에서 나왔어요. 기분 어때요? (디시 이용자 'ㅇㅇ', '이벵총대')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누가 가르쳐줬어요.  '하군'을 뜻하는 일본말이라고요. 재밌어요. 다들 촬영장에서도 '하짱', '하짱' 이래요. 분위기도 좋아지고 그러니까요. 같이 웃으면서 하죠.



- 갤러들이 만든 작품 같이 보시는 거 아니에요?


 스태프 중에 친한 동생이 있는데 가끔 보여줘요. '형, 오늘 이런 게 있대' 하고요. 저는 성격 상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못 보고 있어요.



- 그럼 팬아트도 못 보셨겠네요.


 팬아트가 뭐예요?



- 드라마 캐릭터를 활용해 팬들이 만든 2차 창작물이에요. 갤러들이 꼭 보여달라고 신신당부한 팬아트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아, 아~. 으하하하하. 야 이거 진짜 잘 그렸다. 슬리퍼 디테일 진하네요. (웃음) 이거 지금 봤어요. 으하하하.

 


- 너무 좋아하신다. (웃음)


 신세계네요. 여기는. 진짜.



- 제가 패러디짤 종종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짱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대리얼하, 하플로우라는 별명도 있어요. (디시 이용자 '14.48')


 으하하하. 하플로우 좋네요. 저는 하플로우가 좋아요. 그런데 하짱이 제일 정감 있긴 하다.



- 그런데 '하짱'이 '하대리 짜증나'의 줄임말이기도 해요. (디시 이용자 'ㅇㅇ')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듣기는 하짱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도 부르기 편하고요.



- 그럼 하짱 낙점. 그리고 갤러들이 만든 것 중 'ㅡAㅡ' 이게 있어요. 하대리 표정이라고.


 아, 저거. 저 그림 이렇게 보니까 저 같기도 하네요. 진짜 잘 그렸다. 누가 그렸대요?

 

 

- 블로거가 그렸어요. 더 보여드릴게요.


 우와~. 하하하. ㅡAㅡ 마크 저랑 비슷하네요. 심술보가 징하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된다' 님(http://blog.naver.com/bonobim)>


- 원래 성격 심술 맞나요?


 저요? 아우~ 그럼요. 성격 그렇게 좋지 않아요. (웃음) 욱하기도 하고. 배우라서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조금 솔직한 편이에요. 감정 표현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까 표정을 어떻게 짓느냐 이런 걸 신경도 안 쓰고 그래요. 도덕적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이나 이런 것들을 막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친구가 힘드니까 좋은 이야기 해달라고 해도 달갑게 하지는 않아요. 달달하게 안 하죠.



- 친구가 쓰러져 있으면 엉덩이를 발로 차 일으키는 스타일?


 네. 그런 스타일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상처받는 친구들이 조금 많죠. 공연하면서도요. 특히 여자친구들 같은 경우는 상처를 많이 받죠. 저도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사실 (달래주는걸) 못 하겠더라고요.



- 공연 자체가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시스템이기에 그런 성격이 아니더라도 그런 성격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그게 맞고, 누군가에게는 그게 맞지 않아요. 좋게 이야기하면 저는 강직하게 저만의 선택지를 선택하죠. 그게 팀 내에서도 문제가 된 적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여자친구들 같은 경우는 실수를 했을 때 보듬어주고 가야 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저는 남자친구들과 똑같이 '야! 정신 나간 거 아냐?' 하고 나가버리니까요. '오늘 이런 부분이 안 좋았던 것 같아. 이렇게 해야 해' 이렇게 안 하고요.


 작년이었나? 공연할 때 저랑 동갑내기, 여자인 학교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어느 날 부모님께서 공연에 오셨는데, 엄청 긴장하더라고요. 결국 실수를 했는데, 그 친구 누가 봐도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부모님 오셨다며 부모님하고 같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정신 차려. XX처럼 연기하고 말이야' 했죠.

 


 다음날 왔는데 그 친구가 마음이 안 풀어져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워 쉬쉬하고 넘겼는데, 제가 공연 끝나고 '야 이 XX같은 X야, 술 마시자' 이랬어요. (웃음) 뭐랄까, 저희 만의 약속이에요. 누군가 실수하면 술을 마시는 거. 사실 매일 술을 마시긴 하는데, 술자리에 타이틀을 붙어야 명분도 생기고 그러잖아요? 그날은 그 이유로. 하하하. 사실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얘가 실수하고, 긴장도 했는데 술 한 잔 안 사준다는 게 씁쓸한 거예요. 물론 옆에서 잘 달래주는 사람도 있는데, 어차피 실수담은 안주거리고, 잘 풀어내면 되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다 같이 술 한잔해요' 이게 아니라 그냥 '한잔하자' 그랬어요. 걔가 사실 유부녀라 집에 가야 하는데 '막차 타고 들어가' 하고 잡았죠. 저는 표현법이 언제나 그래요.



- 그럼 하대리가 욕하는 장면은 연기가 아니었네요.


 하하하. 더 세게 할 수도 있는데?



- 오, 진짜요? 사실 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한국 드라마 사상 이렇게 욕이 많이 나온 적이 없어서요.


 그것도 엄청 줄인 거예요. 대본에는 '삐삐삐'만 쓰여있었어요. 슛 들어가기 전 대본 받고 감독님과 수위 조절을 했지요. 안영이를 괴롭힘에 있어서 밑도 끝도 없이 욕하면 이건 완전 개XX죠. (웃음) 그게 아닌, 저만의 당위성과 합리화를 가지고 안영이를 대해야 해요. 그런 부분에서 '욕'이 나온 거죠. 저는 욕을 좀… 많이 해요. 평소에도.



- 다른 인터뷰 보니까 친구들이 '연기 좀 해라' 그랬다면서요. (디시 이용자 '토마스_thom')


 친구들이 그렇게 저한테 이야기하죠. 진짜 날로 먹는다고. (웃음)



- 날로 먹는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토마스_thom')


 저요? 나름 하는 건데. (웃음) 조금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법이라는 걸 딱히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저는 자연스러운 연기, 내가 하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인물이 된다는 건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그 인물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요. 실례로 김명민 씨 같은 경우는 정말로 그 인물을 디테일하게 창조해내시잖아요.



- 그걸 메소드 연기라고 하죠?


 네. 그런데 저같은 경우는 사실 캐릭터에 제 모습을 끄집어 내는 것 같아요. 선이 애매한 것 같아요. 이게 A다, B다 이렇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연기 방식의) 끝은 똑같아요. 진심을 이야기하는 거고, 진솔되게 이야기하는 건 똑같죠. 그 과정 속에서 저는 제 모습들을 많이 끄집어내는 것 같아요.



- 그럼 따로 하대리를 위해 설정한 건 없겠어요. (디시 이용자 '황대리맘', 'ㅇㅇ')


 음… 그건 있어요. 설정까지는 아니고 인물을 창조해내시는 분들이 어떤 식으로 연기에 접근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루 종일 대본 생각하고, 보고 그래요. 대본 속 말을 전석호화해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평소의 내 말투, 내가 욕하는 법, 내가 전화받는 것으로. 제가 말을 좀 성의 없이 해요. '여보세요~' 이게 아니라 '여보세요. 뭐야. 몰라. 끊어' 이런 식이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그렇게 해요. 그러니까 친구들이 봤을 때는 '너 진짜 날로 먹는구나' 이게 되죠. 친구들과 전화통화할 때도 '야~ 뭐 하냐~' 말투가 이렇게 되어버리니까요. 그런 '것들로' 되어가는 작업을 온종일 하는 것 같아요. 틈날 때마다 대본 보면서 어미나 이런 것들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작업을 하죠.



- 하대리는 옷이 항상 지저분해요. 셔츠가 삐져나와 있고, 옷이 헐렁거리고, 주머니에 사원증 꽂고 있고. 사실 그게 보통 직장인의 모습이긴 해요.


 아, 그래요? 다행이다.



- 그런 것들이 다 감독님이 설정해주신 건 아닌가 해요. 특히, 사원증에 많이 궁금해했어요. (디시 이용자 '불광물개')


 아, 그건 아니에요. 사원증은 덜렁대는 게 싫어서 넣었어요. 제 성격 상 앞에서 뭔가가 덜렁거리는 걸 싫어해요. 저는 정장도 없어요. 미생 의상팀에서 의상을 주시는데 마침 가슴에 주머니가 있더라고요. 그냥 꽂아버렸죠. 그리고 팔도 걸리적거리는 거 싫어해서 다 접어버린 거고요. 제가 딱히 회사 생활을 해본 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가 만약 회사생활을 한다면?'부터 시작하는 거지요. '전석호가 회사에 간다, 매일 정장을 입는 회사에 간다, 어떻게 할까…'

 

 

 아까 말씀드렸지만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게 커요. 누가 저한테 터치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거 안 좋아해요. 제 안에서 만들어내는 게 센 편이에요. 그래서 '나라면 팔을 걷겠다' 했죠. 그렇다고 그게 예의 없어 보이는 게 아니니까요. 그냥 나온 것 같아요. 배우는 감독님에게 보여줘야 하는 거예요. 아무리 말로 해봐야 소용없어요. 일단 해 놓고 감독님께서 별 말 없으시니 '아, OK구나' 해서 넘어가고. 그래서 매번 접죠. 편하니까.



- 하대리가 인기가 진짜 많아요. (디시 이용자 'ㅇㅇ')


 하하하. 미생과 함께 사라질 거예요. 다 거품입니다.



- 어쨌든, 하대리는 조연이고 악역인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제가 어제 오늘 할 질문들을 봤잖아요. 그 질문을 보고 '대충 이런 식으로 대답해야겠다'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지극히 평범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되게 흔하게 생긴 얼굴이에요. 진짜로. 저 잘 보잖아요? 그러면 주변에 있는 사람과 꼭 한 명 씩은 닮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역사책이나 사회과부도에서 봤던 원시인? 원숭이? 그리고 아주 친근한 수달? 하하하. 예전 광고 중에 비버 소장님이 나오는 게 있어요. 하여튼 그런 설치류과와 원숭이과는 제가 다 닮았어요. 저를 봤을 때 우선 전혀 신비롭지 않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거죠. 익숙함. 그런 부분들이 아닌가 싶어요. 악역이라면 정말 악랄하게 보여야 하고, 정말로 강한 악당처럼 보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동네 형, 옆집에 사는 오빠 아니면 아래층 사는 동생 이렇게 보이니까요. 사실 만만한 거죠.



- 왜요. 섹시하다는데요? (디시 이용자 'ㅇㅇ')


 으하하하.



- 아니에요? (웃음)


 뭐지? (웃음)



- 하대리를 츤데레라고 하죠.


 츤데레? 그거 몰라요.



- 틱틱대지만 상대한테 잘해주는 거. 예를 들어 친구 중 한 명이 밥을 안 먹고 왔어요. '야 밥도 안 먹어?' 화내다가 매점에 데려가 빵 사주고는 '야, 굶고 다니지 마' 이러는 걸 츤데레라고 해요.


 아, 저라면 매점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대신 밥을 던지죠. 주워 먹어라 이 xx야. 하하하.



- 그거보다 발전된 것도 있는데, 사실 일부에서는 하대리를 시X데레라고도 해요.


 으하하하.  시X데레가 좋던데요?



- 데레가 '부드럽다'라는 일본어고 '츤'는 '틱틱'대는 거. 그럼 '시X데레'가 어떤 뉘앙스인지 아시겠죠? 하하하.


 하대리는 시X데레죠. 시X데레. 츤데레는 아니죠. 시X데레…. (웃음)

 


- 정말 안영이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 (디시 이용자 'ㅇㅇ')

 글쎄요. 좋아한다는 의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랑의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일 잘하는 동생으로써? 그런 거 있잖아요. 일 잘하는 동생이나 형 보면 때로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안영이라는 후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애증인 거지요. 사랑…? 후훗.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안영이 같은 후임이 있어서 진짜 편할 거예요. 알아서 일 잘 하지. 단, 저랑 코드가 안 맞는 거죠.



- 어떤 면에서 안 맞을까요?


 우선 여성이라는 점? (웃음) 사실은… 이거 욕먹을 이야기인데, 저는 하대리가 잘 이해돼요. 그 친구가.



- 어, 이거 혼날 것 같은데. 하짱이 하대리 되겠다. (웃음)


 하하하. 그게 왜 그러냐면요, 남자들 중 그런 사람이 참 많아요. 여자한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이요. 만약 남자와 여자가 같은 일을 한다고 해요. 남자애가 해낸다면 '남자가 이 정도는 해야지'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여자한테 '그래 여자가 이 정도는 해야지' 이렇게 하면 문제가 되는 거죠. 차별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표현을 그렇게밖에 못하는 남자애들이 수두룩해요. 저는 주변에 남자애들이 많아요. 저는 제 친구들하고 있으면 거의 극강이에요. 고등학교 때 제 친구가 저한테 '아빠 냄새'난다고 한 적도 있어요. 하하하. 올드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사람들은 더군다나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요.



- '악의는 아니다' 이건 가요?


 그렇죠.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캐릭터에 저라는 인물을 많이 대입한다고 했잖아요? 저희 집에 저, 우리 형, 아버지 이렇게 남자만 셋 있어요. 엄마도 이 남자 셋을 잡기 위해…. (웃음) 제가 180cm에 80kg인데, 저희 형이 저보다 덩치가 더 커요. 아버지 덩치도 저만하고요. 할아버지도 그러세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집에서 남자 냄새밖에 안 나요.

 

 혹시 그 영화 보셨어요? 제가 사실 하대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본 영화인데, '가을의 전설'이라는 영화예요. 브래드 피트 나오는 영화. 그 영화가 마초들의 집단 안에 한 여자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어요. 큰형의 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원초적인 이야기인데 그런 남자들이 조금 있어요. 저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다 보니까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누군가를 사귄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친구로서 여자사람이 있는 건 저한테는 조금 어려운 일이었어요. 사실 학교 졸업하고 가끔 외국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 오면 중·고등학교 동창들 모이잖아요? 여자들이 참석하면 애들이 우선 저를 안 불러요. 왜냐, 제가 말을 안 하거든요. 여자들하고 말을 잘 안 섞어요. 일단, 제가 말을 하면 걔들한테 상처가 되더라고요.



- 여자와 대화를 할 줄 모르시군요.


 네. 이런 거예요. 여자애를 봤는데 저번에 봤을 때보다 살이 좀 찐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살쪘네?' 그래요.



- 어머, 그럼 상처받아요. (웃음)


 네, 상처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게 관심의 표현이에요. '저번에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살쪘네?' 그렇게 말하니까 '지금은 어떤데?' 그래요. '살쪘다고' 그렇게 말하니 '괜찮아? 어때?'라고 또 물어요. '괜찮은데 그때보다는 살쪘다고' 말했죠.



- 그런데 여자들은 '괜찮은데'는 안 들리고 '살쪘어'만 들리는 거죠. '~했는데'까지는 대화의 주제가 아니에요.


 이야~ 오늘 목이 많이 타네. 하하하.



- 많이 마시세요.


 이렇게 음료를 많이 준비하신 이유가 있었군요. (웃음)



- 하대리가 안영이한테 온갖 욕은 다 했는데, 이런 해석이 있었어요. 하대리 스타일로 욕을 하면서 안영이를 여자가 아닌 자기의 후배로 인정한 거라고요.


 그렇죠. 사실 그런 거예요. 작가님이 어떤 의도로 이렇게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안영이를 증오하고, 싫어하고, 미워하기만 했다면 아예 건들지도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일종의 테스트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네가 할 수 있어? OK, 그럼 알아서 해봐' 그러고, 남이 도와주려고 하면 '건들지 마. 내가 시켰어'그러고. '해, 쓰레기? 해. 네가 하겠다며. 해'. '신경 쓰지 마. 얘가 한다고 했어. 해' 이런 거죠. 그랬는데 안영이가 다 해내요. '아니, XX 얘 뭐지?' 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잘 하던 녀석이 트럭 사건에서 오버페이스를 한 거예요.

 


- 직장 다녔던 사람들은 하대리에 공감을 많이 했죠. 안영이가 오버했다고요.


 그 친구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사실 회사라는 게, 회사뿐만이 아니라 음주운전 걸리면 사람들 훅훅 가잖아요. 회사에서 산업재해라는 건 엄청난 일이거든요. 그런데 잘하던 XX가 그렇게 해버리면 화가 엄청나요. 알만한 XX가 왜 오버해서 XXX을 떠냐고.



- 저한테 그러지 마요. 아, 무서워. 하하하.


 그렇게 된 거니까. 하하하. 그런 의미에서 욕을 한 거겠죠. 욕 수위를 감독님하고 결정할 때, 제가 초면에 욕을 해서 죄송하지만, 처음에는 제가 이랬어요. '이런 XXX, X 같은 X 같으니라고. 야 이 XX아' 이런 식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어우, 이건 걱정이고 뭐고 문제가 아니라, 청각적으로 들릴 때 너무 세다. 수위를 조절하자' 하셨어요. 그런 것 역시도 어떻게 보면 걱정의 일종인 거죠. 내가 그 친구를 그 사건으로 인정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서서히 인정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표현이 과했던 거죠.



- 그게 시X데레가 된 거죠. (웃음)


 하하하. 그렇죠 뭐, 시X데레죠.



- 그 대사도 사람들이 관심 가졌어요. '내가 얼굴은 낫지 않냐' 그거 애드리브예요? (디시 이용자 'ㅇㅇ')


 아니에요. 작가님이 쓰신 거예요.



- 그 대사 때문에 하대리가 안영이를 여성으로서 관심 가진 거 아니냐 사람들이 생각했죠. (디시 이용자 'ㅇㅇ')


 작가님이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하나의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방면에서 입체화를 시키는 작업은 배우가 하는 것도 있지만, 대사가 주는 힘에서 오는 게 있거든요. 제가 그 의도로 대사를 한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유대리의 말, '저 팬클럽이에요'라는 말을 받아서 '야, 얼굴은 내가 낫지 않냐' 한 거죠. 이게 사실은 정과장, 저, 유대리 안에서의 미묘한 기싸움 같은 거예요. 남자들끼리도 그런 게 있어요. 그게 파생되어서 (여자로서의 관심이라는) 그쪽까지 퍼진다는 건 사실은 작가님의 힘인 거죠. 시청자들로 하여금, 관객들로 하여금 그런 것들을 상상하게끔 만드는 건 연출의 힘이고, 작가의 힘인 거예요.

 

 공연도 사실 그런 게 있어요. 연출이 '관객을 보고 대사해 줘' 혹은 '관객을 보지 말고 대사해 줘' 라고 요구를 해요. 관객을 보고 대사를 하면 관객들은 배우가 자기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배우가 조금 얼굴을 틀어서 대사를 하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지?' 하면서 대사를 듣게 돼요. 어떻게 대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에게 파급력을 주고, 그 대사가 퍼지면서 관객들에게 들어가는 거죠.

 

 그런 면에서 연출님과 카메라 감독님께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신 거고, 작가님은 아마 그런 의미에서 대사를 주신 것 같아요. 단순히 웃기려고 쓴 건 아니지 않나 저는 생각했어요. 제가 만약 그런 것들을 1차원적으로만 생각했다면 '나!' 이러면서 까불었을 텐데. 제가 (웃기는 것 이상의) 그 쪽을 선택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어? 뭐지? 저 대사를 안영이 앞에서 하고, 안영이는 그 말을 듣고 왜 빠졌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 사람들이 대리관계도 궁금해해요. (디시 이용자 'ㅇㅇ')


 그러니까요.



- 다 동기인 건가요?


 사실 다 동기죠.



- 그런데 강대리에게 왜 존댓말 했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꿍냥')


 아, 회의실 장면요?



- 네. 강대리 설정이 하대리보다 2살 어린데 왜 존댓말을 할까 미생갤에서 논쟁이 있었죠.


 글쎄요. 저도 그때 대본을 받아봤었는데….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해석하기에 존칭이라는 게 꼭 자기보다 위치가 높아야만 하는 게 아니라, 친한 관계 속에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제가 기자님하고 친해요. 가볍게 '오늘 식사하셨습니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는 거죠. 아랫사람에게도 '어이~, 식사는 하셨습니까' 물어볼 수도 있고. 그런 의미인 거죠.

 

 그런데 또 강대리는 저한테 반말을 해요. '하대리가 신경 좀 써줘'. 그럼 저는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드라마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대리가 '하대리가 맡아서 해줘' 그러면 저는 대충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했어요. 그들만의 소통 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어떻게 보면 '존댓말은 윗사람에게 쓰는 거다' 이게 정형화되어 있는 거죠.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다 그러진 않잖아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에 많은 제 모습을 투영시키는 것 같아요. 물론 대본도 존댓말로 나와 있었어요. '존댓말로 쓰여있으니 무조건 존댓말을 해야 한다'보다는 '나는 어떤 마인드로 연기를 할 것인가' 했었을 때, 저만의 언어와 생각을 집어넣었을 때 그런 식으로 해석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이렇게 될 거라고는. 하하하.



- 대리 라인 인기가 굉장히 높아요. 하대리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대리까지. 왜 대리들이 그렇게 인기가 많을까요?


 대리가 유대리, 저, 강대리, 김대리, 성대리 다섯 명에 영업 2팀의 황대리, 선차장님 밑에 있는 차대리, 한 일곱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장미라 씨라고 황대리와 같이 있는 분. 대리급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그 정도 있는데, 캐릭터가 다 달라요. 사람들이 미생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감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저는 사실 드라마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시스템이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요. 시청자 반응을 어떻게 피드백 받는지도요. 그런데 제가 가장 좋아하고, 살면서 가장 많이 하고,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연극 분야에서 가장 관객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공감이에요. 그게 미생에서도 통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김대리, 성대리, 유대리, 강대리

 

 미생이라는 원작 자체가 사실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람들의 관계인 거죠. 배경만 회사인 거예요. 캐릭터를 다른 데 가져다 놔도 돼. 수산시장 이런 곳에 가져다 놔도 이야기가 돼요. 아, 수산시장이 나왔으면 아까 저 사진(기사 사진)과 어울렸겠네. 으하하하. 어쨌든 모든 대리가 다 달라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 대리가 내 상사야', '내 상사가 저래서 싫었어', '내 밑에 놈이 저래서 진짜 피곤했어' 이렇게 미친 듯이 달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 그러고 보니 대리는 위아래에서 다 욕할 수 있는 포지션이네요.


 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몰릴 래야 몰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겪어본 사람들이 제일 많으니까요. 그리고 대리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나간 사람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은 '아, 내가 저랬으면 안 되었는데, 내가 강대리처럼 했어야 하는데' 하는 거죠. 누군가에게는 워너비가 될 수 있는 거고, 누군가에게는 죽이고 싶은 놈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웃음) 사실 감정적으로 끌어가는 건 정해져 있어요. 오차장님과 (장)그래.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양 끝에서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그 안에서 우리는 춤을 추면 돼요. 미친 듯이 춤만 추면 돼요. 대본도 그렇게 쓰여 있고, 다른 대리 분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하시는 거예요. 좋게 이야기하면 우리는 춤을 추고 있어요. 저는 칼 들고 춤추고 있고, 한 놈은 재즈에 맞춰 추고. 그 안에서 춤을 추니 밖의 사람들이 봤을 때 신 나는 거죠.



- 그 안에서 배우끼리 서로 견제가 안 돼요?


 저는 솔직히 돼요. 대리 중에 제가 막내예요. 제가 제일 어려요. 저보다 어린애가 황대리 하나 있어요. 진수라고, 그 친구 하나 있죠. 얼마 전 회사 사람들이 다 모이는 장면을 찍었어요. 이건 방송 안 됐나? 어쨌든 촬영장에 다 같이 모인 때가 있었는데 제가 형님들 번호를 다 하나씩 얻었어요. 그리고 카카오톡에 대리방을 하나 만들었죠. 거기서 형들한테 소주라도 한 잔 하자고 했어요. 그랬던 이유가 뭐냐면 제가 막내이기도 하고, 형들 연기하는 걸 보는데 이야~, 뚝심이 있더라고요.



- 어느 분이 특히 그랬나요?


 제가 봤을 때 김대리 형 같은 경우는 사실 그렇게 튀는 역할도 아니란 말이에요. 저희는 역할이 확실히 있어요. 저는 안영이를 괴롭히고, 강대리는 백기에게 뭘 하고, 성대리는 석율이한테 뭘 하고. 이게 확실히 있단 말이에요. 황대리에게는 미안하지만 황대리에게도 색깔은 있어! 하하하. 차대리도 어떻게 보면 선차장님과의 관계가 확실히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양 끝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분발하고, 열심히 하면서도 티가 안 나는 사람이 사실 김대리예요. 대명이 형이 하는 역할. 그런데 잘 해요. 뚝심 있게, 흔들리지 않고. 그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주니까요. 시소라고 치면, 가운데 세모처럼 딱 잡아주고 있어요. 그러니 장그래가 내려가면 오차장이 올라가고. 이렇게 중심을 계속 잡아주는 걸 김동식 씨가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보면 배울 것도 많고 욕심나죠.



- 그럼 '내가 했으면' 하는 역할도 김대리인가요? (디시 이용자 '하짱', 'ㅇㅇ')


 아니죠. 오차장이죠. 하하하. 아니, 왜 그래~.



- 아이, 오차장님은 나이가 안 맞잖아요. 하하하.


 그렇긴 하죠. (웃음) 아니, 그런데 뭘 원하냐면서요. 그럼 오차장이죠. 다른 게 뭐가 있어요. 하하하. 아니면 최전무. 아우~ 이경영 선배님 포스가 우와. 정말 닮고 싶어요.



- 저는 영업팀 희토류 뺏어갈 때 완전 화났는데. 하하하.


 그때 진짜 멋있지 않았나요? '이걸 너희가 왜 하나, 전문가가 있는데' 할 때. 이야~. 사실 어떤 역할이 가장 탐나냐고 물을 때 방송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선배들 연기하는 거 보면 그 배역들 다 탐나요. 종수형, 김부장님이 최 전무가 '이거 뭐지? 희토류 건?' 할 때 화면에는 안 보이지만 처음에는 상 받을 때 자세처럼 있었어요. 그런데 '어? 이거 자원팀에서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순간 '아, 예' 하면서 무릎을 꿇어요. 화면에는 그게 안 잡히죠. 바스트만 찍으니까. 순간의 디테일함이나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거. 그걸 보고 있으면 그냥 모든 캐릭터가 다 탐이 나는 거예요. 제가 이야기를 하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 너한테 무릎 꿇었다 이걸 본능적으로 표현한 것이군요.


 그렇죠. '전무님 왜 그러십니까' 이걸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거예요. 선배들이 그렇게 집중을 해서 연기하니까 어마어마한 거죠. 또 뒤에서 마부장님은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자원팀에서 하는 거 아닌가' 하니까 당황하면서 '예,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하시고. 그 순간의 긴장감이라는 게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런 선배들이 하고 있는 걸 보면 사실 배역이 다 탐나죠. 그런데~도 하나 고르라고 하면 오차장이지요. 하하하. 오차장이 제일 멋있는데.



- 그럼 상사들 중 한 번 모셔보고 싶은 상사는요? (디시 이용자 'ㅇㅇ')


 음… 고과장님. 태호 형님이 하는 역할이요. 제가 사실 인터넷도 잘 안 하고, 이렇게 노출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열심히는 하는데 튀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에요. 고과장이라는 캐릭터는 거기서 되게 열심히 해요. 그런데 성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팀원들의 끈끈함. 그게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흔히 말하는 비주류예요. 주류로 올라가고 싶어서 비주류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니라 비주류도 언젠가는 먹힌다는 생각으로 비주류에 있는 거예요. 비주류가 좋으니까요. 그런데 고과장님도 회사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자기가 까일지언정 좋긴 좋아요. 사실 오과장님이 제일 힘들고 그럴 때도, 아니 오차장님이죠? 지금은. 오차장님이 힘들 때 옆에서 쓴소리며, 좋은 소리며 가장 많이 해주고, 큰 힘이 되는 게 고과장이라는 역할이에요. 김부장님도 있는데 그분은 날아갔으니까. (웃음) 저라면, 고과장님을 모실 것 같아요. 그리고 오차장님처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출처 = 미생 홈페이지

- 자신 있어요?


 아, 그건 자신 있어요.



- 만약 하대리가 선차장님 아래에서 일을 시작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일아트 받으러 다녔을 것 같아요. 하하하.



- 하대리가 여자 상사에게 데여서 여자를 믿지 못하는 설정인데, 회사 에이스 선차장님 아래에서 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네요.


 회식을 스파게티 집에서 하면서? 하하하. 뭐랄까요. 따뜻한? 조금 더 강대리 쪽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차대리님 연기하시는 거 봐도 정말 잘 하시는 게 차대리가 대리들 중 가장 연약해 보이기도 해요. 대사 자체도 그렇게 쓰여있기는 하지만 뭔가 자기중심이 서있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아마 하대리도 그랬을 것 같아요. 선배가 정말 잘 케어해주니까. 극중 선차장님이 그런 이야기도 하잖아요. 나한테 다 맡기라고. 그러면 차대리가 '저 선차장님과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러고. 그럼 선차장님은 '내가 차대리를 어떻게 버리겠어?' 그러잖아요. 이야~ 얼마나 마음이 녹아내리겠어요. '나는 그냥 선차장님이 옆에만 있으면 되겠구나' 하면서 자기의 뚝심이 녹아내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하대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상사를 따라가니까요. 그런데 자원팀, 영업팀, 철강팀 보면 표현방식들이 다 다르긴 하지만 자기들 알아서 하라고 방목하잖아요. 성격이 세질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2편에서 계속>



한수경기자 innuendo@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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